로고

고수레 / 강지혜

김성미 기자 | 기사입력 2021/11/14 [14:47]

고수레 / 강지혜

김성미 기자 | 입력 : 2021/11/14 [14:47]

고수레 / 강지혜

지게를 내려 놓는 아버지

막걸리 한 사발을 밭고랑에 붓고 밭신에게 먼저 운을 뗀다

한 뙈기 자식농사 풍년을 빌며

오늘은 실한 두더지 한 마리 잡을수 있으려나

고수레 핑계김에 한 숨 돌리시는 아버지

의식을 치루듯 막걸리를 들이켜신다

밭신도 목을 축였는지 벌건 흙살이 드러나고

아버지는 다시금 불끈 쟁기를 거머쥐신다

당신을 종일 소처럼 부리고 막걸리 한 되

도랑물에 쟁기를 씻으며 고단했던 하루를 씻는다

두른 수건으로 또 하루의 흙먼지를 털어낸다

아버지에겐 오로지 자식이 희망이다

가파른 등능선에 한 짐 자식들을 짊어지고도 발걸음이 가붓하다

해 저물녘 노을을 지게에 걸고 밭둑길을 걸어가신다

♣ 강지혜 시인

​한국사진문학협회 정회원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