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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 김채윤

유세영 기자 | 기사입력 2021/12/14 [21:51]

섬 / 김채윤

유세영 기자 | 입력 : 2021/12/14 [21:51]

 

섬 / 김채윤

 

옆에 있어도

함께 만들어가도

조금은 다르고 닿지 않는

너와 나, 우리의 섬

 

 

 

나의 섬은 어디인가



세상에는 여러 섬들이 있다. 일본은 나라 자체가 섬나라이고, 하와이 같은 휴양지 섬도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에는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미지의 섬, 무인도도 있다. 만약 어느 날 내가 무인도에 뚝 떨어지면 어떨까? 사람도 스마트 폰도 냉장고도 없는 썰렁한 무인도에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무인도 생활 하면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책이 하나 있다.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흥미진진한 모험 이야기이자 무인도에 갇혀 무려 282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보낸 남자의 이야기, 로빈슨 크루소이다.

책에서 살던 주인공 로빈슨 크루소는 편안하고 안정적이라는 삶을 살라는 그의 아버지의 충고를 무시하고 바다로 떠난다. 첫 항해에서 그는 실패를 겪고 노예 생활을 하게 된다. 낚시를 하다가 가까스로 노예에서 탈출한 로빈슨 크루소는 브라질에서 농사를 짓기 되고, 그 이후 브라질에서 상인친구의 제안으로 흑인 교역을 하게 된다. 교역을 위한 항해 중 그는 조난을 당해 무인도에 도착해버린다. 로빈슨 크루소는 무인도를 자신만의 왕국이라고 생각하며 지냈다. 어느 날 자신의 무인도에 온 식인종들에게서 한 식인종을 구해 '프라이데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그는 프라이데이와 함께 생활하다가 우연히 그의 섬에 온 선장을 도와 다시 자신의 고향 영국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야기 속에서 로빈슨 크루소는 매우 긴 시간 동안 다른 이와의 교류 없이 사회에서 동떨어진 채로 한참을 살았다. 말 그대로 '사회 없는 인간'으로 살아갔던 것이다. 이것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제를 파괴했다. 인간은 사회에서 유리된 채 살아갈 수 없다. 지금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사회에 얽혀있다. 우리는 사람들과의 관계로 에너지를 얻고, 위로를 받고, 의지를 한다. 가끔 화가 나거나 속상할 때도 있지만 그런 모든 관계가 있기에 우리는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다.

로빈슨 크루소의 사회에서 거의 유일했던 관계는 그가 살려주었던 식인종 프라이데이였다. 그는 그에게 가장 먼저 '주인님'이라는 단어를 알려주었다. 그 후에는 '''아니요'를 가르쳤다. 로빈슨 크루소가 알려준 이 단어들을 보고 우리는 생각할 수 있다. 그에게 있어 프라이데이는 자신에게 복종하는 노예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였다. 애초에 '프라이데이'라는 이름부터가 자신이 친히 문명화 시켜준 미개한 식인종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무인도에서 로빈슨 크루소는 왕국의 왕이자 신 그 자체였던 것이다.

로빈슨 크루소가 처음 무인도에 도착했을 때, 그는 성경책과 무기들을 가지고 있었다. 로빈슨은 이 물건들을 오직 지배를 위해 사용했다. 무기로 무력을 사용해 여러 사람들을 죽이고 일부러 프라이데이에게 겁을 주었다. 또 성경을 가르치며 정신을 지배했다. 앞서 말했다 싶이 로빈슨은 무인도에 떨어지고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무인도를 지배하고 자신의 영토로 만들 생각을 하였다. 자신만의 왕국을 만든 것이다.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18세기다. 그 시대에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였다. 마구잡이로 식민지를 만들고 약탈을 하던 때이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재미있는 이야기인 것 뿐만 아니라 일부러 지배를 연상시키는 내용을 녹여 넣은 내용 덕분에 나라의 푸쉬도 받았었다. 이처럼 로빈슨 크루소는 단순하게 재미있는 무인도 모험기가 아니다. 사실 그 안에는 식민지배라는 검은 뜻이 자연스럽게 숨어있다.

로빈슨 크루소에게 섬이란 자신의 왕국, 다른이에게 간섭 받지 않고 온전히 나만이 신이자 왕이 되는 영토였다. 우리는 그처럼 지배를 위한 목적이 아니지만 모두가 각각의 섬에 살고 있다. 물리적인 섬이 아닌 누구나 살고 있는 자신의 마음 속의 섬 말이다. 세상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각각의 섬은 모두 다르다. 가깝지만 잘 닿지 않고, 비슷해 보여도 조금씩 다른 특징이 묻어난다. 내 몸이 살고 있는 섬, 나의 사회적 섬, 내 마음이 쉬고 있는 섬... 로빈슨 크루소는 지배의 섬에, 나는 자유로운 내 방이라는 섬에, 모든 사람들은 각각의 특별한 섬에서 살고 있다.

20211211일 

 

김채윤

-서울 상명중학교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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