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지망생(詩人志望生)의 일일(一日)
방 안에 틀어박혀 있던 날들만큼 치석은 쌓여 있었고 시기를 놓친 사랑니들은 히키코모리 머리칼처럼 굵게 자라 있었다 우선 스케일링부터 했다 일 년에 한 번 보험 처리가 된다니까 뼛속을 울리는 날카로운 금속성(金屬聲)은 이를 뼈의 耳로 만들었고 마취 주사가 치읓을 발음하는 부근을 뚫을 때가 가장 아팠다 잇몸은 침입자를 물리치려는 듯 버둥대다 이내 잠잠해졌고 사랑니는 엿처럼 금세 뜯겨나간다 피의 폐허는 흰 거즈를 꽉 물고 자꾸 부어오르던 잇몸은 드디어 최후의 부음[脹]을 맞았지만
문제는 충치들이었다 양치를 그렇게 열심히 했건만 돈 걱정은 충치처럼 사라지질 않는다 하긴, 아무리 써도 시인이 못 되는 나를 보면…… 거즈를 뱉는다 붉게 피범벅이 되어 꼭 근육처럼 보이지만 근육이 될 순 없다 버려 버린다 툭, 봐, 소리도 툭, 쓰레기통 속에서도 땡그랑 소리 잘만 내던 사랑니와 역시 다르잖아
솜사탕을 씹던 하늘이 까맣게 썩어가고 있었다
♣이현규 서울시립대학교 경제학부 휴학 중 <저작권자 ⓒ 시인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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