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어가는 것들 / 화곡 양향숙
타닥타닥 보릿대 터지는 소리 타고 아궁이 밖으로 호기심 많은 불꽃이 긴 혀를 날름거린다
부뚜막에선 부지깽이 장단에 뜻 모를 유행가 가사 익어가고 피식피식 실없는 웃음소리에 눈물 찔끔거리는 가마솥
한 김 익은 보리밥처럼 소녀의 가슴 속에서 뭔지 모르는 그리움이 잘박하게 익어가는 초저녁
먼 데서 까치소리 개 짖는 소리에 마당에 깔렸던 산 그림자가 뱀처럼 소리 없이 빠져나간 자리 자욱한 연기가 멍석을 펼친다
아버지 등에서 익은 땀 냄새 먼저 대문을 들어서고 입이 큰 가마솥에서는 식구들의 하루가 달큼하게 익어간다
♣양향숙 시인 (호는 華谷) 2017년 서정문학 등단 2019년 시집 『꽃마리의 연가』 , 공동시집 『순례에서 만난 인연』, 『한국대표서 정시선』 9~11호 2019년 YTN·서정문학 남산문학대회 심사위원 2019년 서정문학 시 창작교실 올해의 시인상 수상 2021년 디카시집 『붉은 심장』 e북 출간 2021년 디카시집 『낮은음자리』 출간 2021년 서울디카시인협회 창립기념 디카시 공모전 대상 2021년 황순원 디카시공모전 우수상 2021, 한국사진문학대상 한국사진문학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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