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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어가는 것들 / 양향숙

유세영 기자 | 기사입력 2022/01/21 [03:48]

익어가는 것들 / 양향숙

유세영 기자 | 입력 : 2022/01/21 [03:48]

익어가는 것들 / 화곡 양향숙

 

 

타닥타닥 보릿대 터지는 소리 타고

아궁이 밖으로

호기심 많은 불꽃이

긴 혀를 날름거린다

 

부뚜막에선 부지깽이 장단에

뜻 모를 유행가 가사 익어가고

피식피식 실없는 웃음소리에

눈물 찔끔거리는 가마솥

 

한 김 익은 보리밥처럼

소녀의 가슴 속에서

뭔지 모르는 그리움이

잘박하게 익어가는 초저녁

 

먼 데서 까치소리 개 짖는 소리에

마당에 깔렸던 산 그림자가

뱀처럼 소리 없이 빠져나간 자리

자욱한 연기가 멍석을 펼친다

 

아버지 등에서 익은 땀 냄새

먼저 대문을 들어서고

입이 큰 가마솥에서는

식구들의 하루가 달큼하게 익어간다

 

 

 

♣양향숙 시인 (호는 華谷)

2017년 서정문학 등단

2019년 시집 꽃마리의 연가』 공동시집 순례에서 만난 인연한국대표서 정시선』 9~11

2019년 YTN·서정문학 남산문학대회 심사위원

2019년 서정문학 시 창작교실 올해의 시인상 수상

2021년 디카시집 붉은 심장』 e북 출간

2021년 디카시집 『낮은음자리 출간

2021년 서울디카시인협회 창립기념 디카시 공모전 대상

2021년 황순원 디카시공모전 우수상 

2021, 한국사진문학대상

한국사진문학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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