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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향숙 시인의 시선] 같은 방향 / 박일례

유세영 기자 | 기사입력 2022/03/10 [23:15]

[양향숙 시인의 시선] 같은 방향 / 박일례

유세영 기자 | 입력 : 2022/03/10 [23:15]

 

같은 방향 / 박일례

 

앞서 가는 할머니

뒷모습이 가뿐하다

세월 더께가 쌓일수록

버릴 것만 남아서

 

 

 

 

♣ 박일례 시인

한국사진문학협회 정회원

제3회 계간「한국사진문학」신인문학상 디카시 당선

그림책 「백살공주 꽃대할배」출간(출판놀이/ 2021)

 

 

 


[양향숙 시인의 시선]

나이를 먹을수록 잘 버려야 하는데 모아두기를 좋아하는 성격 탓인지 버리는 일이 쉽지가 않다. 버리려고 꺼냈다가도 언젠가 필요하면 또 사야 한다는 생각에 다시 들여놓기 일쑤다.

물건만이 아니다. 생각은 또 얼마나 꼬깃꼬깃 접어서 묻어 두는가. 지난 일은 툴툴 털어버리면 가벼워질 텐데 그렇지 못할 때가 종종 있다. 세월 더께가 쌓일수록 버릴 것만 남는다는데, 앞서 가는 할머니는 가뿐하다는데.

박일례 시인도 앞서 가는 할머니의 가벼운 모습을 보며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마음으로는 알면서도 실행이 어려워 붙들린 생각이 아닐까 싶다. 오래된 습성을 바꾸기는 힘들다. 평생 일을 하던 사람은 일이 없으면 견디기 힘들어 만들어서라도 한다. 평생 짐을 진 사람은 짐을 내려놓으면 허전해서 견딜 수 없다. 우리는 어쩌면 같은 방향을 가는 사람들이 아닐까.

(양향숙 시인, 한국사진문학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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