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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향숙 시인의 시선] 향기가 있는 풍경 / 김성미

유세영 기자 | 기사입력 2022/06/19 [23:49]

[양향숙 시인의 시선] 향기가 있는 풍경 / 김성미

유세영 기자 | 입력 : 2022/06/19 [23:49]

 

향기가 있는 풍경 / 김성미

 

 

바람이 훅, 향기를 부려놓자

기억의 문이 열린다

 

해 질 녘 방천길

고삐를 손에 꼭 쥐고 선 여자아이가

아카시아꽃을 휘감는 소의 하얀 혀를 보고 있다

 

 

 

 

 

[양향숙 시인의 시선]

대문 밖에 아카시나무가 주렁주렁 꽃을 매달고 있는 오월, 눈 감고 향기에 오감을 맡기고 싶은 풍경이다. 저 대문 안에는 어떤 사람이 살고 있을까, 고삐를 손에 쥐고 아카시아꽃을 휘감는 소의 하얀 혀를 보고 있던 소녀는 자라서 어떤 어른이 되었을까.

먹거리가 풍족치 않던 시절 아카시아꽃은 훌륭한 간식거리였다. 공해라는 단어를 모르던 시절이니 한 줌씩 훑어 넣고 씹으면 향기와 함께 달큰한 맛이 입 안 가득 퍼졌다. 함께 꽃을 따먹던 그 친구들은 모두 잘 살고 있을까.

각설하고, 글을 보고 이미지가 그려지는 시가 좋은 시라고 한다. 시인은 이 작품을 통해 그림만이 아니라 향기까지 부려놓아 어린 시절로 달음질치게 한다. 시인 자신의 어린 시절 모습이 아닐까 싶고, 그런 어린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의 감성 풍부한 시인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자유분방한 소녀의 햇볕에 그을려 가무잡잡한 피부와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상상하게 되는 것은 덤이다.

(양향숙 시인, 한국사진문학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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