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시인투데이 작품상, 글자람터 문학상 당선작 발표
- 시 부문 모과나무와 나 / 서승주
- 사진문학 (운문 부문) 성찰 / 정미정
- 사진문학 (산문 부문) 오이소박이 값 / 정미정
※ 글자람터 문학상은 당선자가 없습니다.
오이소박이 값 / 정미정
"지금부터 오이 반짝 세일. 3개 천원에 팔던 오이를 4개 천원. 4개 천원." 오이를 세일한다는 방송에 상큼한 오이향이 입 안으로 차오른다. 날이 더워지면 오이만큼 좋은 게 없는 듯하다. 오이를 고르면서 오이소박이로 메뉴를 정하고 부추도 한 단 담는다. 난 오이소박이를 참 좋아한다. 아들들은 안 먹는데 나를 위해서 만드는 음식이다. 오이소박이는 담그자마자 먹어도 맛나고 몸서리치도록 시큼하게 익었을 때 밥 비벼먹으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음식은 추억을 불러온다고 했던가. 오이소박이에 나의 추억 한 장이 들어있다. 1993년 가을. 첫째를 임신하고 찾아 온 입덧은 나를 몹시도 힘들게 했다. "아무 것도 못 먹어서 어쩐다니. 먹고 싶은 거 생각나면 바로 전화해라. 다 해주마. 내가 못 만드는 거면 사서라도 보내마." 시어머님과 통화를 하면서 오이소박이가 떠올랐다. 점심때 주문한 오이소박이는 남편의 퇴근길에 집으로 왔다. 뚜껑을 열자 양념물이 들어 발그레한 오이가 가지런히 누워있었다. 상큼한 오이와 어우러진 알싸한 부추 내음에 입 안 가득 침이 고였다. 일주일 넘게 밥을 못 먹던 난 밥을 먹었다. 밥 서너 숟가락에 오이소박이 몇 접시를 먹었다. 시어머님은 오른쪽 유방암 수술을 하셨다. 암이 전이되면서 오른팔 사용이 불편하셨다. 포크를 사용하여 왼팔로 식사를 하셨다. 그 불편한 팔로 시아버님을 재촉하시며 오이소박이를 만드셨을 주방은 한바탕 전쟁터였으리라. 시부모님의 사랑 조미료가 들어가서였을까 내 생애 가장 맛있는 오이소박이였다. 난 이혼 한 전남편의 부모님 기일을 지낸다. 전남편은 세상을 떠났고 시누이는 자기 부모님 기일을 부담스러워했다. 내 평생을 두고 오이소박이 값을 치를 셈이다. 참 비싼 오이소박이. "어머님 잘 먹었습니다!"
성찰 / 정미정
꽃 졌다 서러워 마라. 무릇 나무는 꽃 지고 한 뼘 더 자라나니 호시절 지나고 마음 한 자 깊어지지 못함을 서러워하자.
-정미정 시인 한국사진문학협회 정회원 한국사진문학 온라인 백일장 우수상 계간 한국사진문학 사진문학 신인문학상 제3회 한국사진문학상 우수상 한국사진문학협회 제7회 SNS 백일장 당선
모과나무와 나 / 서승주
내 산책 가는 시간에 모과나무는 오늘도 산 입구 나무 층층대 옆 비탈에 서 있다. 내가 시 몇 편을 쓰는 동안 모과나무는 꽃을 피우고 꽃 지운 자리에 파란 열매 몇 개를 매달았다 세상은 각자의 길로 흘러가고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일으킨 음흉한 바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네가 열매 맺고 내가 시를 몇 편 쓰는 사이에 그 땅의 밀밭은 포탄에 산산이 부서지고 어린 아이들은 죽거나 부모를 잃었다 모과나무야 올해는 가뭄이 들어 네 잎사귀가 힘이 없는 것처럼 나 또한 신바람 나지 않는 하루를 보낸다. 우리의 세상은 먼 옛날에도 그랬고 우리들이 없을 훗날에도 그럴 것이려니와 너는 노랗게 여물어 땅에 떨어질 너의 열매를 꿈꾸고 나는 결국 휴지조각이 되고 말 나의 몇 편의 시를 생각한다. 그렇게 내일은 오늘이 되고 오늘은 잊히고야 말 어제가 될 것이니
-서승주 시인 한국사진문학협회 정회원 시인투데이 작품상 수상 한국사진문학협회 시부문 신인상 수상 번역시집 <가네코 미스즈 시집: 나와 작은 새와 방울과> <가네코 미스즈 전집1:별과민들레> <가네코 미스즈 전집2: 억새와 해님> 나태주 시인의 일역시집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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