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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유고 시집 / 신혜남 (감상: 양향숙)

유세영 기자 | 기사입력 2022/09/30 [17:20]

어머니의 유고 시집 / 신혜남 (감상: 양향숙)

유세영 기자 | 입력 : 2022/09/30 [17:20]

 

어머니의 유고 시집 / 신혜남

 

팔아서 자식들 공부도 시키고

대소가 (大小家)* 부조도 하고

땅에 심으면 쑥쑥 자라 수많은 씨앗 다시 맺는

우리 어머니의 시

 

 

*대소가 (大小家) - 집안의 큰집과 작은집을 아울러 이르는 말.

 

 

 

[감상}

가을이면 수확을 해서 가장 먼저 챙기는 것이 튼실한 씨앗일 것이다. 내년에도 후년에도 계속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좋은 종자가 필수일 테니까.

신혜남 시인은 여러 가지 씨앗을 담은 봉지들을 보며 자식 공부도 시키고 부조도 하고 다시 씨앗을 맺는 어머니의 시라고 표현을 했다. 한술 더 떠 어머니의 유고 시집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종자를 보며 시를 생각하다니 그 발상이 참으로 신선하다.

씨앗에서 싹이 나오고 자라 열매를 맺고 익어가는 과정이 어쩌면 가장 아름다운 시 일지도 모른다. 그 과정에 자연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 관여를 하며 적절한 추임새와 향기를 불어 넣었을까.

고단한 농사일을 하신 어머니를 시인으로 승격시키는 재주가 있는 시인이라면 자자손손 풍성한 시를 수확할 것만 같다. 콩 심은 데 콩 나는 법이니까. 명색이 시인이라는 이름표를 단 나는 어떤 유고 시집을 후손에게 남길 수 있을지 생각해 볼 일이다(양향숙 시인, 한국사진문학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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