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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진 마음 / 최정아 (감상: 손설강)

손설강의 디카시 한잔

유세영 기자 | 기사입력 2022/11/15 [05:22]

허기진 마음 / 최정아 (감상: 손설강)

손설강의 디카시 한잔

유세영 기자 | 입력 : 2022/11/15 [05:22]

허기진 마음 / 최정아

 

 

채워도 모르겠고

 

비우면 더 알 수 없고

 

 

 

 

♣ 최정아

 

한국사진문학협회 정회원

디카시 중랑 동인

 



 

 

[감상]

온라인 카페에 올라온 디카시를 스크롤 하다 저 이미지를 보는 순간 반가웠다. 나와 같은 마음으로 가던 걸음을 멈추었을 것이다지난 여름 광화문 지하철 1번 출구에서 필자도 저 항아리 사진을 찍었었다그런데 반가움은 잠깐 작품을 읽고, 나도 모르게 뒷머리를 긁적거렸다난 사진만 찍어두었지 시를 쓰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삼 개월 전이다. 최정아 님은 시를 써 본 적이 없다며 정말 초보라며 자기소개를 하던 수강생이다. 그런데 저렇게 거뜬히 가뿐하게 멋진 작품을 쓰다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다시 한번 확신이 든다. 디카시는 초보라도 인문학적인 기본 소양과 감각과 열정만 있다면 누구나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몇 주 전이다. 진주에 갔다가 디카시 수업에 늦지 않으려고 새벽에 출발해서 머리도 못 빗고 왔다며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던 최정아 샘의 모습이 생각난다그리고 매주 사진 하나로 여럿이 쓰는 릴레이 시도 꼬박꼬박 참여를 한다.

 

허기진 마음/ 최정아

 

채워도 모르겠고

비우면 더 알 수 없고

 

혼자 읖조리 듯 툭, 던져놓았다. 디카시란 장르의 무게를 알고 있다. 습작기엔 자꾸 뭔가를 더 써서 독자의 손에 쥐여 주려고 한다. 시는 문맥에서 의미를 유추할 수 있으면 거기서 마쳐야 한다. 처음엔 생각을 부려놓고 활자를 자꾸 버리는 작업이 중요하다. 조각가 미켈란젤로의 말을 빌리자면 나는 깎아내는 작업만 했을 뿐이라고.

최 시인은 알 수 없다고 하지만 활자 하나의 무게가 시에서는 얼마나 무거운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모르겠고 알 수 없고 뭐 그리 특별한 언어도 아니다그러나 반드시 주의해야 할 점은 비유 등 묘사를 잘했더라도 작가의 진술 즉 인간의 삶 근원의 존재가 배어있지 않으면 반짝반짝 닦아서 진열해놓은 사과에 불과하다.

 

최정아 시인의 력이 시절을 거치면 머지않아 멋진 시력꽃이 탄생할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필자가 찍은 시항아리 사진은 삭제해야 할 것 같다. 더 나은 작품이 나올 것 같지 않다. (손설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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