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답하지 않아도 안다 / 김경화

장시백의 사진문학 들여다보기

유세영 기자 | 기사입력 2022/11/19 [06:17]

답하지 않아도 안다 / 김경화

장시백의 사진문학 들여다보기

유세영 기자 | 입력 : 2022/11/19 [06:17]

 

 

답하지 않아도 안다 / 김경화

 

  

기쁘니 되었다 

행복하니 되었다 

시의 늪에 빠져​

 

뒤돌아보지 마 

잘 가고 있응께

 

 

 

♣ 김경화

2021년 중랑신춘문예 입상

한국사진문학협회 정회원

디카시 중랑 동인

 



 

 

[감상]

내가 이 작품을 눈여겨본 이유는 우선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고양이의 모습과 제목이다. 나는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았다. 우리 집에 점례가 발을 들여놓기 전까지는. 좋아하지 않았다기보다는 아예 관심이 없었다고 하는 것이 맞겠다. 먹고사는 데 바쁘다 보니 애완동물에 눈을 돌릴 여유가 없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귀여운 애완동물을 보고 와서 사달라고 떼를 쓰는 경우가 많아서 햄스터를 사준 적이 있었다. 그런데 햄스터가 새끼를 낳았는데, 어느날 보니 어미가 새끼 햄스터를 뜯어먹고 있었다. 순간 분노가 치밀어 즉시 내다 버렸다. 그 후로 나에게는 짐승을 경멸하는 마음이 생겨서 애완동물을 기른다는 것은 생각조차 해본 일이 없다.

 

어느 날 딸이 고양이를 기른다는 사실을 아내에게 들었다. 직장 관계로 따로 살던 딸이 고양이를 입양하여 기르고 있었는데, 아빠가 싫어한다는 걸 알고 나에게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딸은 고양이를 무척 좋아해서 고양이를 기르는 친구의 집에 놀러 갔었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었는데 직접 기른다는 말에 놀랐다. 고양이를 기른다는 것에 놀랐다기보다는 아빠에게 비밀이 있었다는 것에 당황스러웠고, 그런 부녀의 관계로 만든 것에 대하여 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부녀 관계의 회복을 꾀하기 위해 고양이를 집에 데려오게 했다. 이름이 '점례'란다. 전 주인에게 버림을 받았던 아이라서 마음의 상처가 많았던 아이란다. 딸이 좋아한다니 나도 좋아해 보려고 다가섰으나 점례는 도망 다니고 숨기에 바쁘다. 나만 가만히 있으면 점례는 잘 놀고 행복해 보였다.

 

점례는 내게 답하지 않았다. 나와는 상관없이 점례에게는 점례의 세계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작품의 제목이 눈에 들어온 이유다. 

 

'기쁘니 되었다 행복하니 되었다'

이 구절에서 시인의 마음을 읽는다. 사랑하는 마음이다.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사진을 보니 고양이의 모습은 기쁘거나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애처로워 보인다. 시인은 저 고양이를 보고 자신의 마음 상태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최면을 걸어 기쁘고 행복해지고 싶어 하는 마음으로 자신을 다독인다. 지나간 일은 잊고 잘 가고 있다고 위로한다.

 

'답하지 않아도 안다'

우리는 너무 많이 답을 찾으려 하고 답을 기다리며 사는 것 같다. 세상에 진짜 답은 얼마나 될까? 내가 알고 있는 답은 정말 답일까? 누군가의 대답은 진심일까?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김경화 시인의 작품을 보며 한참을 철학의 세계에 빠져있다가 탈출했다. 시란 이런 것이 아닐까! 시인의 서정을 독자에게 잘 전달하고 독자로 하여금 사유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것. 작품으로 자신을 위로하고 나아가 독자에게도 깊은 사유를 제공해 주는 김경화 시인의 디카시, 정말 좋다. "시인님! 답은 안 하셔도 됩니다." 

 

답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우리는 꼭 학인하고 싶어 하고 확인하려고 든다. 거기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자꾸 확인하려고만 들지 말고 느껴보자. 느끼며 사는 삶도 꽤 근사하지 않은가!   

 

시의 늪에 빠져 잘 헤쳐 나가시는 김경화 시인님을 응원합니다. (장시백 시인)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