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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소리 / 박일례

유세영 기자 | 기사입력 2022/11/29 [10:05]

풍경 소리 / 박일례

유세영 기자 | 입력 : 2022/11/29 [10:05]

 

풍경 소리 / 박일례

 

 

올림픽 공원 호수길을 따라 걸었다. 

물풀 잎사귀 사이로 반짝이는 것이 보여 가까이 갔다. 

제법 큰 은빛 물고기가 누워 있다. 

동그랗게 눈을 고정하고 하늘을 노려본다. 

흔들림이 없다. 뭔가 기다리는 눈치다. 

혹여나 환생의 꽃과 약수를 가져오는 바리데기를 기다리나? 

휴대폰을 들이대고 찍으려 하니, 눈을 더 크게 부라린다. 

이크, 미안. 움찔하고 거둔다. 

남의 주검을 찍는 놈 용서치 않으리라는 저주의 시선을 피해 뒷걸음친다. 

하긴 나도 내 주검을 요리조리 뜯어보는 놈 있으면 싫다. 

살아오는 동안 오늘처럼 남에게 무심코 저지른 일이 상처가 되어 남아있는 것들이 많다. 그중 둘째 딸이 자라온 시절 기억을 되살려 바늘을 꽂을 때면 명치끝이 콱 막힌다.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내 기억에는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상처를 주는 사람보다 상처받는 사람이 더 고통스럽기 때문인가 보다. 미안하다고 나도 세상 처음 경험하느라 서툴렀다고 빌어보지만, 오래 묵은 체증이 확 내려가지 않을 것이다. 

딸도 딸을 키우면서 내 나이가 되면 저절로 알게 되겠지. 

그때 나는 없어야 한다. 그 모습을 보면 가슴이 더 아파질 것 같기에. 

 

비나이다. 비나이다. 부끄러운 내가 비나이다. 

입으로 지은 죄. 행동으로 지은 죄. 다시는 짓지 않게 비나이다. 

 

돌아오는 길에 슬쩍 곁눈으로 살폈다. 하늘과 아직 타협하지 못했나 보다. 

이제 그만하고 나무 새 타고 가렴. 나는 입속으로 중얼거리고 지나갔다. 

저 물고기 내일이면 어느 절집 처마 밑에 매달려 푸른 하늘을 헤엄칠 것이다.

바람이 가끔 친구 되어 달래 주러 올 것이다.

공연히 울적해져서 마음 달래본다.

 

 

 

 

 

♣ 박일례

한국사진문학협회 정회원

제3회 계간『한국사진문학』신인문학상

2022, 신춘 디카시 전국대회 입선

2022, 신춘 온라인 백일장 우수상

제3회 시인투데이 작품상(산문 부분)

2022,『어쩌다 디카시인』공동시집 출간

2022, 한가위 가족사랑 백일장 최우수상

2022, 제21회 SNS 백일장 당선

2021 『백살공주 꽃대할배』그림책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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