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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근 디카시집 『이팝나무 할머니』

유세영 기자 | 기사입력 2022/12/09 [18:46]

정홍근 디카시집 『이팝나무 할머니』

유세영 기자 | 입력 : 2022/12/09 [18:46]

정홍근 디카시집 『이팝나무 할머니』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0311131 

 

 

[서평]

 

필자가 디카시를 알게 된 후, 온라인으로 작품 감상하다 관심 갖게 된 첫 문우가 정홍근 시인이다. 오죽하면 서울서 그가 사는 울산까지 찾아갔을까정 시인의 곳간에는 디카시가 천 편은 족히 넘을 것이다하루에 한두 편씩 꼬박꼬박 디카시 사이트에 올라오기 때문이다나 같으면 벌써 시집을 낸다고 들먹거렸을 것이다.

 

그런데 정 시인에게 시련 아닌 시련(詩聯)이 닥쳤다.

한국사진문학협회 창립 2주년 올해의 시인상수상자로 선정이 되었다. 부상은 개인 시집 무료 발간이었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혹시 정홍근 시인을 위해 이런 이벤트를 기획했나 할 정도로 그의 작품은 좋다. 깨알 같은 재미와 성찰이 들어있으며 인품 또한 훌륭하다.

 

축하해 주고 싶어 시집을 펼쳤다. 백 편이 실렸다. 천 편 넘는 작품 속에서 고르고 골랐을 것이다. 정 시인은 작사 작곡도 하는 음악 교사다. 장단 고저 운율에 감동과 공감을 불러오는 노래 가사는 시가 추구하는 내재율과 외재율을 내포하고 있다. 시와 음악은 분모와 분자 같은 관계이므로 그가 를 알았다는 것은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것이다.

 

 

서평을 쓰기 위해 갈피 포스트잇을 붙이며 책장을 넘기다 보니 웬걸 표시가 필요가 없게 되었다. 거의 다 붙여야 했다. 어느 것 하나를 고를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책 제목인 23쪽에 실린 이팝나무 할머니압축 파일을 해제해본다.

 

 

 

누구나 가난했던 보릿고개 / 배고픈 낮달처럼 서 있으면

손짓해 불러 숟가락 쥐여 주던 / 호호백발 옆집 할머니

올해도 꽃으로 피어나셨네.

 

큰 나무에 백설기를 뿌려놓은 듯한 사진이다.

오십 대 중반을 넘긴 정 시인이 보릿고개를 경험했을까? 그랬다면 그래서 시가 깊은 맛이 있나 보다. 배고픈 낮달이란 은유 속에는 못 먹어서 핼쑥한 얼굴이 드러나 있다. 손짓해 불러 숟가락 쥐여 주던 할머니가 정 시인의 할머니였을 것이라는 것을 짐작게 작품이 54쪽에 있다. ‘올해도 꽃으로 피어나셨네로 마무리한 걸 보면 할머니가 많이 그리운가 보다. 우리 할머니라고 쓰지 않은 이유에서도 겸손한 정 시인의 성품이 드러나 있으며 시는 눈앞에 대고 종주먹을 내미는 게 아니라는 본질도 체득하고 있다는 것이다.

 

 

 

54여름날의 기억

 

이불 걷어차고 자면 / 배앓이 할까 봐

새벽마다 홑이불 다시 덮어 주시던

할머니의 약손.

 

이 작품 이미지는 사방으로 나무뿌리가 드러나 있고 그 위를 마른 잎이 덮고 있다.

새벽마다 홑이불 다시 덮어 주시던 / 여기서 마다다시의 부사를 생각 없이 쓰진 않았을 것이다.

잠결에도 손자를 살피는 자상하고 정 많은 할머니다.

정 시인은 할머니의 정을 듬뿍 느끼고 자랐나 보다.

사랑도 받아본 사람이 베푼다고 한다.

 

 

마지막 장, 110쪽엔 희망이란 작품을 배치했다

이미지는 깜깜한 하늘 속에 뿌옇게 보이는 달빛이다.

 

 

희망

 

깜깜한 어둠 속에서도

싹트고 뿌리 내리는

애처롭고 가슴 뭉클한 것

 

희망이 애처롭고 가슴 뭉클한 것이라니 범상치 않은 시선이다. 반어법인가.

그렇다. 부족할 것도 없고 가진 것이 넘치는 사람에게 희망이란 말만 하면 바로바로 주어질 테니 말이다.

 

정홍근 시인을 떠 올리면 초지일관이란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정 시인이 머리말 말미에 썼듯이 맛깔 나는 이야기보따리를 한국사진문학협회 네이버 카페에 하나씩 풀어놓으면 시공을 초월한 독자들과 모모의 시간이 될 것이다.

 

정홍근 시인님 첫 시집 이팝나무 할머니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손설강 시인, 한국사진문학협회장

 

 

 

 

그리움의 기호

 

한국사진문학협회 ‘올해의 시인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이거 큰일 났네, 어쩌나….’ 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시 공부 시작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렇게 큰 상을 주시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아마도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일 것이라 여기며 더 열과 성을 다 하리라 결심한다. 사람이면 누구나 저마다의 ‘그리움’이 있을 것이며, 그것을 표현 하는 ‘기호’가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리움의 기호’가 있으니, 시와 음악이 그것이다. 원래부터 한 몸이었던 시와 음악에 이제 사진까 지 더해졌다. 글과 소리와 이미지까지 3박자가 잘 갖춰진 모양새다. 지금부터 나는 이 3박자를 다양하게 변주하여 맛깔나는 이야기들을 엮어볼 참이다. 부족한 것은 조금씩 채워가며, 그 이야기들을 세 상에 풀어놓고 함께 즐기면 될 일이다.

 

2022년 가을 끝자락에 정홍근 

 

 

 

▣ 추천사

 

한국사진문학협회는 2022년 10월, 창립 2주년을 맞아 '올해의 시인상'을 새로 제정하여 시상하고 수상자의 개인 시집을 발간하기로 했다. 수상자 선정은 작품성을 최우선으로 보기로 하고, 창작 활동이 왕성하거나 협회 활동에 적극적인 시인에게는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 응모작 중에서 정홍근 시인의 작품들은 단연 돋보였다. 그뿐만 아니라 정홍근 시인은 협회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와 SNS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며 열정적인 창작열을 보이고 있으며, 협회에서의 기여도 또한 으뜸이라 할 수 있기에 2022년 '올해 의 시인상' 수상에 전혀 손색이 없는 시인이다. 시인이 갖추어야 할 덕목 중에서 겸손함은 필수요, 시인의 품격을 갖추기 위해 항상 노력하는 자세도 꼭 필요하다. 정홍근 시인을 온라인으로 알고 지낸 지 두 해가 다 되어 가는데, 그동안 겪어 본 바, 그는 앞에서 언급한 두 가지를 모두 갖춘 시인이라고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인터넷이나 SNS에서 사람을 제대로 알기 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고도 하겠지만, 사람을 직접 본다고 해서 그 사람에 대해서 보이는 대로 믿거나 알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더군다나 나는 두 해 가까이 거의 하루도 빼먹지 않고 정홍근 시인의 작품을 보아 왔다. 시에는 시인의 인품이나 시인이 살아온 삶의 과정들이 녹아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더 잘 안다. 그는 참 시인이다. 정홍근 시인은 계간 <한국사진문학>을 통하여 시와 사진문학 부문에 등단했다. 그런데 요즘에 시는 잘 보이지 않고 디카시에 열심 인 것 같다. 디카시 뿐만 아니라 순수시도 잘 쓰실 분이라는 걸 알기에 앞으로는 다양한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더욱 사랑받는 시인이 되기를 바라며, 이번 개인 시집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 장시백 (시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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