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
내 마음을 비공개하는 것은
아무 생각이 없으나
사랑하는 사람의 공개된 마음을
훔쳐보는 것은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은
비공개만큼 귀찮은 일이면서도
설명하기 어려운 것
공개와 비공개의 차이는
없다.
0과 무한의 차이가
없는 것처럼
호밀밭의 파수꾼처럼
욕을 하는
경찰이 되어버린 오늘
봄
누굴 위해 사는 걸까
한번 마주친 사람도 아쉬움이 남는 게 인연인가
지금까지 짧게 사랑에 빠진 것도 운인가
봄 바라는 건 사치스러운 일
만족을 모르며 사는 건 고통스럽고
만족하며 살기엔 굴뚝의 연기 같은 하루
알아봐 줬으면
차라리 몰라줬으면
흙으로 빚은 게 맞을 리 없어
사회 공동체인데
공통점이 없다
당장 내곁에 와달라고 외치는 이유는
누군가에게 누군가이고 싶기 때문에
떨리는 젊음이 좋기 때문이다
잠깐의 벚꽃잎들이 쓸고 간 자리는
그저 다시를 읊조릴 뿐
심장
심장은 태어날 때, 오동통하게 빈틈없이 밀도 높게 생긴다.
시간이 지나면서 심장 속에 사람들이 들어온다.
그 사람들이 들어갈 자리를 만들기 위해 심장을 도려낸다.
한 주먹만큼 한 구석을 판다.
그 사람이 떠나갈 때 그 도려낸 자리가 채워지지 않은 채 그대로 비어있다.
바람이 불면 시리고 피가 나서 생채기가 생긴다.
시간이 지나 굳은 살이 배길 때,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이 들어온다.
그 사람이 떠날 땐, 그 자리는 허하지만 아프진 않다.
하지만 굳은살이 박히기도 전에 새로운 사람이 그 자릴 차지하면
떠나는 순간은 예전보다 더 아프고 시린 흉터가 남는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면 부드럽고 탄력있던 심장은 온통 딱딱하고 갈라져 굳어버린다.
그렇게 우리는 나이를 먹는다.
장래 희망
괜찮은 사람으로 산다는 건
아마 자신을 부끄러워 할 줄 아는 것
과거의 나를 고개를 들고 쳐다보고 싶다면
지금 당장 부끄러워할 줄 알 것
살갗만 스쳐도 깨질 듯한 관계 속에서
그나마 딱딱해 보이는 관계엔
괜히 기대서 깨뜨리지 말 것
긴장 속에서
나도 누군가의 긴장이 되길
햇사랑
빨간색 하트
노란색 하트
파란색 하트
분홍색 하트
하트는 다 하트
사랑은 사랑스럽지
질투에서 시작된
과도한 사랑으로 인한
이따위 말은 사랑이 아닌 삐뚤어진 변명
사랑은 사랑
사랑은 사랑스럽지
사랑을 주면 사랑을 다시 주고 그 사랑을 또 주고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
이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마구마구
빨주노초파남보
던지고 싶어! 내 하트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지
얽히고설킨 세모 네모
그러니 조심해줘
그런데 나한테 줄 거야?
세모네모하트
그래서 동그라미
♣ 조혜민 경기 용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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