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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외 4편 / 조혜민

유세영 기자 | 기사입력 2023/03/13 [22:11]

호밀밭의 파수꾼 외 4편 / 조혜민

유세영 기자 | 입력 : 2023/03/13 [22:11]

호밀밭의 파수꾼

 

 

내 마음을 비공개하는 것은

 

아무 생각이 없으나

 

사랑하는 사람의 공개된 마음을 

 

훔쳐보는 것은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은

 

 

비공개만큼 귀찮은 일이면서도

 

설명하기 어려운 것

 

 

공개와 비공개의 차이는

 

없다.

 

0과 무한의 차이가

 

없는 것처럼

 

 

호밀밭의 파수꾼처럼

 

욕을 하는 

 

경찰이 되어버린 오늘

 

 

 

 

 

 

누굴 위해 사는 걸까

 

한번 마주친 사람도 아쉬움이 남는 게 인연인가

 

지금까지 짧게 사랑에 빠진 것도 운인가

 

 

봄 바라는 건 사치스러운 일

 

만족을 모르며 사는 건 고통스럽고

 

만족하며 살기엔 굴뚝의 연기 같은 하루

 

알아봐 줬으면

 

차라리 몰라줬으면

 

흙으로 빚은 게 맞을 리 없어

 

사회 공동체인데 

 

공통점이 없다

 

 

당장 내곁에 와달라고 외치는 이유는

 

누군가에게 누군가이고 싶기 때문에

 

떨리는 젊음이 좋기 때문이다

 

 

잠깐의 벚꽃잎들이 쓸고 간 자리는

 

그저 다시를 읊조릴 뿐

 

 

 

 

심장

 

 

심장은 태어날 때, 오동통하게 빈틈없이 밀도 높게 생긴다.

 

시간이 지나면서 심장 속에 사람들이 들어온다.

 

그 사람들이 들어갈 자리를 만들기 위해 심장을 도려낸다.

 

한 주먹만큼 한 구석을 판다.

 

그 사람이 떠나갈 때 그 도려낸 자리가 채워지지 않은 채 그대로 비어있다.

 

바람이 불면 시리고 피가 나서 생채기가 생긴다. 

 

시간이 지나 굳은 살이 배길 때,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이 들어온다.

 

그 사람이 떠날 땐, 그 자리는 허하지만 아프진 않다.

 

하지만 굳은살이 박히기도 전에 새로운 사람이 그 자릴 차지하면

 

떠나는 순간은 예전보다 더 아프고 시린 흉터가 남는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면 부드럽고 탄력있던 심장은 온통 딱딱하고 갈라져 굳어버린다.

 

그렇게 우리는 나이를 먹는다.

 

 

 

 

장래 희망

 

 

괜찮은 사람으로 산다는 건

 

아마 자신을 부끄러워 할 줄 아는 것

 

 

과거의 나를 고개를 들고 쳐다보고 싶다면

 

지금 당장 부끄러워할 줄 알 것

 

 

살갗만 스쳐도 깨질 듯한 관계 속에서

 

그나마 딱딱해 보이는 관계엔

 

괜히 기대서 깨뜨리지 말 것

 

 

긴장 속에서 

 

나도 누군가의 긴장이 되길

 

 

 

 

햇사랑

 

 

빨간색 하트

 

노란색 하트

 

파란색 하트

 

분홍색 하트

 

 

하트는 다 하트

 

사랑은 사랑스럽지

 

질투에서 시작된

 

과도한 사랑으로 인한

 

이따위 말은 사랑이 아닌 삐뚤어진 변명

 

 

사랑은 사랑

 

사랑은 사랑스럽지

 

사랑을 주면 사랑을 다시 주고 그 사랑을 또 주고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

 

이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마구마구 

 

빨주노초파남보

 

던지고 싶어! 내 하트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지

 

얽히고설킨 세모 네모

 

 

그러니 조심해줘

 

그런데 나한테 줄 거야?

 

세모네모하트

 

그래서 동그라미

 

 

 

♣ 조혜민

경기 용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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