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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귀나무 밑동 / 정홍근

유세영 기자 | 기사입력 2023/03/14 [10:30]

자귀나무 밑동 / 정홍근

유세영 기자 | 입력 : 2023/03/14 [10:30]

자귀나무 밑동 / 정홍근

 

 

알록달록 금붕어 가족을 품고

봄엔 매발톱꽃과 붓꽃과 송엽국

여름엔 연꽃과 부들과 자귀나무꽃

가을엔 구절초와 코스모스로

시끌벅적하던 연못이 사라지고

아이들 놀이터가 생겼다

 

푸른 하늘이 일렁이던 곳엔

초록빛 방수 페인트가 반질거리고

풀꽃과 개나리 덩굴이 춤추던 비탈은

지난날의 흔적도 없이 말끔하다

 

그리고 자귀나무 그도,

분홍빛 부채를 펼쳐 들고

너울너울 응원가를 부르던 팔다리를 잃고

나이테 몇 개 품은 밑동만 남았다

 

채 핏자국이 마르지 않아

푸르게 아니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그는 다급하게 가슴에 담았을 것이다

하나라도 잊을세라 꽉 부둥켜안았을 것이다

 

금붕어들의 입맞춤에 파르르 떨던

수줍은 눈썹의 달콤한 추억과

동심원으로 퍼지던 빗방울의 노래

철철이 퍼지던 꽃향기까지

그는, 나이테 구석구석 새기며 서 있다

 

 

 

♣ 정홍근

시인, 작곡가 

<한국사진문학협회> 정회원

계간 한국사진문학 신인상(시, 사진문학 운문)

제1회 한국사진문학대상 최우수

제2회 계간 한국사진문학 우수작품상 최우수

제4회 시인투데이 작품상 우수

제5회 시인투데이 작품상 우수

온라인 디카시 백일장 최우수 

제5회 경남고성 국제한글디카시공모전 장려

제5회 한국사진문학상 최우수

제1회 올해의 시인상

4인공저 『어쩌다 디카시인』 출간

디카시집 『이팝나무 할머니』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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