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 / 서원일
가을이 오기도 전인데 낙엽처럼 누운 매미를 본다. 더위를 찢듯 오래 울었던 매미 그 가벼운 주검을 흔들면 못다 한 울음소리 들을 수 있을까? 울음이 빠진 빈 몸통 한구석에 난 구멍엔 울음 하나 채 못 빠졌는지 너덜너덜 흔들리는 날개 마지막 비행의 기록은 끝내 울음이었을까? 울음을 완성하기까지 너의 언어는 울음이어야 했을 테고 눈물에는 도달하지 못하여 마른 울음이었을 테지. 바스락 부서질 것 같아서 조심스레 걸음을 옮기는데 철없는 잎 한 장 내려온다. 울음 하나 덮어주기에 참 포근한 크기의 푸른 잎이 봉분처럼 생경하다.
♣ 서원일 현 초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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