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 / 최규근
[감상] 노인과 젊은이가 나란히 앉아 휴대폰을 보고 있는 사진이다. 시인은 그 광경을 보자마자 무언가가 머리를 스쳐 갔을 것이고 디카시인의 본능처럼 카메라 셔터를 눌렀을 것이다. 모르는 사람을 찍을 때는 주변을 살피거나 머뭇거리며 눈치를 보기도 하고 조심해야 한다. 괜한 오해를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규근 시인은 아주 자연스럽게 딴청을 부리는 척하다가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게 찍었을 것 같다. 순간포착의 귀재는 그런 순간만큼은 두뇌 회전이 10배속이기 때문이다. 사진을 확대해서 보니 교회다. 기도를 하고 나와서 찍었는지, 사진을 찍고 나서 기도 시간에 딴짓을 했던 것인지 확인하고 싶어진다. 어쨌든 떠올랐던 영감을 되살리며 한 편의 디카시를 완성했을 것이다. 그리고 얼마나 뿌듯했을까! 빨리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고, 맨 먼저 떠오른 게 한국사진문학협회의 SNS 백일장이었을 거다. 장차 최규근 시인의 세월이 더 많이 영글었을 때, 교회의 어느 의자에 앉아서 오래전에 올렸던 디카시를 조금 더 자란 손주에게 꺼내 보이며 열심히 디카시를 쓰던 때의 이야기를 해줄지도 모르겠다. 가끔 꺼내보며 아껴두었던 이야기를…. 손주는 몇 번이나 들었던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며 딴 생각을 할 것이다. 아마도 처음 맞은 사랑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빨리 교회를 빠져나가 첫사랑을 만나러 갈 궁리만 하고 있을지도…. 우리는 그렇게 불어 지나가는 바람 같은 존재지만, 스치고 머무는 곳마다 단꿈이기를 바라며 살아가는 것이 아닐는지….
- 장시백 시인 <저작권자 ⓒ 시인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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