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기 / 박일례
자랄수록 이어진 털실만큼 알록달록 수놓은 삶의 빛깔 뽐내며
내가 서 있다
내게 스며든 사랑만큼 네게 주고 싶은 훈장 하나 새기며
[감상] 오색빛깔로 어여쁘게 단장한 겨울나무가 서 있다. 박일례 시인이 서 있다. 박일례 시인이 살아온 인생의 계절은 어디만큼 와 있고 어디쯤 서 있을까? 싱그럽고 풍요로웠던 계절 지나 지금은 추운 계절 앞에 서 있는 건 아닐까? 추운 계절의 한가운데에 서 있어도 그동안 감싸주었던 누군가의 포근한 사랑이 있었기에 나무는 외롭지 않게 자신이 살아왔던 빛깔을 뽐내며 서 있을 수 있다.
겨울 동안에 나무는 생장을 억제하고 에너지를 뿌리로 내리며 추위를 견디기 위해 수분함량을 줄여 세포벽을 두껍게 하다 보니 조직이 치밀해져 색이 진한 나이테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그것을 박일례 시인은 그동안 살면서 받은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누군가를 위한 훈장을 새긴다고 표현했다. 아름다운 시인의 마음과 시인의 깊은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더워져야 시원함을 더 청량하게 느낄 수 있듯이 추위가 찾아와야 따스함을 더욱 포근하게 느낄 수 있다. 추위에 떨어 본 사람이 추운 사람을 더 포근하게 안아줄 수 있고, 사랑을 받아 본 사람은 그것을 더 큰 사랑으로 키워 더 많이 나눌 수 있다. 그러니 추운 겨울에는 더 많이 사랑하자. 더 많은 사람이 받고 또 나눌 수 있도록. (장시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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