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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팀목 外 1편 / 라라

유세영 기자 | 기사입력 2024/06/17 [10:42]

버팀목 外 1편 / 라라

유세영 기자 | 입력 : 2024/06/17 [10:42]

버팀목 

 

 

주방은 마치 금지 구역인 것처럼 아이는 날마다 멀리서 그녀의 뒷모습만 지켜보고 있었다.

지겹도록 자주 나는 달콤한 빵 냄새는 온 집안에 퍼졌다.

낡아진 문짝은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식탁이 숨겨져 있는 행복을 아직까진 찾을 수가 없었다.

곰팡이들은 사라질 의지를 영 보이지 않았다. 밤의 고요함을 밤조차 무서워했다.

그나마 구름을 잡을 것만 같은 계단이 있었다. 그나마 간혹

창문 밖으로 고개를 돌리고 보게 되는 여우비가 있었다.

비 후에 무지개나 형형색색의 꽃들로 꾸며진 푸른 잔디밭까지도 존재했다.

그들도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그들에게도 또 다른 구름 계단이

그들에게도 또 다른 무지개가 있었다.

 

 

 

 

 

 

일상 

 

1.

사소한 이야기들까지 다 꺼내고 싶어요

심었던 수국들이 얼마나 쑥쑥 자랐는지를

정원에 장미들이 얼마나 아름답게 피어 있는지를

엊그제 보았던 어느 귀여운 웃음의 아이를

오늘 밤 보름달의 근사한 떠오름을

나의 싱숭생숭한 기분을

하찮은 하루를

전부 빠짐없이 다

이야기하고 싶어요.

 

2.

별들이 등불이 되는 밤에

가끔가다 우린

이 기나긴 사시나무 길을

나란히 걸어보아요.

 

끊임없이 눈빛이 비춰줬으면 좋겠어요.

끊임없이 웃음이 반짝이었으면 좋겠어요.

끊임없이 사랑이 내리쬐었으면 좋겠어요.

 

 

 

 

 

 

▶ 라라 

2024년 《한국미소문학》 등단

2008-2012년 튀르키예 에르지예스대학교 한국어 문학과 전공

2011년 대전 충남대학교에서 교환 학생으로 공부함

시집 『나는 빛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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