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 / 정현덕
가지고 갈 만큼 실었을까?
가지고 갈 것을 실었을까?
짐도 되고 수레도 되고
[감상] 혼자 살면서 일반 냉장고와 김치냉장고 두 개가 거의 꽉 차 있다. 냉장고를 비워야지, 최소한으로 살아야지 작심하고 노력하면 조금은 여유로워졌다가 어느새 도로아미타불이 된다. 책장도 그렇고 옷장도 그렇다. 조금 비워 헐렁해졌나 싶으면 어느새 책 위에 다른 책이 올라앉아 있고 옷장도 마찬가지다. 시인이 질문을 한다. 가지고 갈 만큼 실었나, 가지고 갈 것을 실었나, 짐이 되기도 하고 수레가 되기도 하는 것을. 생각이 많아지는 명제다. 내가 이사를 하면 어떤 짐을 버리고 어떤 짐을 가지고 갈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더 큰 집으로 이사를 간다면 문제는 간단한데 굳이 큰집이 필요치 않을 것 같아 나이를 먹으면 더 작은 집으로 이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복잡해지는 것이다. 평소에 버리는 걸 잘 못하는 성격이다. 냉동실을 정리하다가도 다 다시 집어넣는 경우가 많고, 책도 버리지 못하고 묶어서 창고에 보관하고, 옷도 꺼냈다가 다시 제자리로 들어가기 일쑤다. 이사는 그래도 간단하다. 마지막 떠나는 순간에 나는 무얼 남기고 가야 할까 생각하면 남길만한 게 거의 없는데 왜 이렇게 다 껴안고 살려고 안간힘인지 모르겠다. 이제는 사서 쌓아 둘 나이가 아니라 자꾸 버리는 연습을 해야 할 때임에도 불구하고. (양향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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