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가게 그 집
굳이 팥빵 하나에 계란 두 개를 받지 않아도 되련만 아지매는 눈도 꿈쩍 않았다 삼천포 장날 허름한 빵집에서 받아온 도너츠 며칠 지나 눅눅하고 굳고 돌담 구멍 사이로 눈만 내민 아이들 쿡쿡대며 기다리는 아이들
그러게 쌀을 가져오랬지 그러게 돈을 가져가랬지 돌담 아래 아이들이 쭈그리고 있는 줄 아지매는 다 안다 장돌뱅이 아지매는 모르는 게 없다 그렇게 실갱이를 하면 성질 급한 아이 돈 들고 뛰어 들어올 걸 다 안다 다 안다
빵도 돈도 사라진 담장 너머 무너진 집 풀만 수북하다 아지매는 그리 그리 살다가고 아이들은 그리 그리 크다가 떠나고 무너진 돌담 사이로 집만 남았어
모과 익는 고향
나무 홀로 산다 대문도 없어진 집 길이 집을 먹고 집을 먹은 길은 읍내 배 주사 아들 손을 빌려 할배 아들한테 집값이 전해졌단다 서울 어딘가 산다는 아들은 어디 사는지 동네 사람은 모른단다 그 집에 염소 수염이던 할배는 쪽 찐 머리에 동백기름 바르던 할매는 해 질 녘 모과나무에 웃음으로 걸렸다 장가방을 들고 장날마다 읍내로 나가던 할배는 그런 날이면 밤이슬 내릴 때까지 삽짝 곁에 쭈그리고 있던 할매는 휘우듬하니 달빛 감아드는 고샅 참 뭐같이 생겼다던 모과나무에 노란 하회탈 같은 얼굴 웃음으로 걸어놓고 어디로 떠나고 어디서 기다리는지 알 수 없다 아들은 제사라도 지내는지 혹 길 가다 만나기라도 하면 물어봐야겠다 물어봐야겠어
▲이덕대 * 공군사관학교 졸업 및 공군대령 예편 * 계간 우리글(2024) 시 부문 신인문학상 * 김포문학(2017) 및 한국수필(2021) 신인상 * 한국수필 2023 ‘올해의 좋은 수필10’ 선정 <감나무 가지에 걸린 달빛으로 자라기> * 수필집 출간 <감나무 가지에 걸린 달빛으로 자라기(2023)> <내 마음 속 도서관(2024)> * 시인투데이 작품상(2024) <한통속 감자꽃> * 한국수필가협회 및 한국문인협회 김포지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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