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줄 타는 새들 / 이한명
저 기적처럼 파닥이는 손가락 사이의 날갯짓 좀 봐 새들은 외줄 타기를 좋아한다
언젠간 썩어 동강 날줄 알면서도 지푸라기를 꼬아 외줄을 만들고 가끔은 집을 걸어두기도 하지만
하늘 연못에 내려와 큰 두레박에 세월을 길어 올릴 때면 노쇠한 늙은 나무들 가지 끝 새들에게 내어주고 땅으로 눕는 계절이 올지도 몰라
제 몸 새끼줄로 칭칭 감아 수액을 꼽고 한 계절을 버텨보지만 텅 빈 몸속 지푸라기로 가득 채울 날이 곧 올 것이란 걸 알고 있지
바지랑대 높이 올릴수록 바람만 잔뜩 품어 흐느적거리는 옷가지들이 비명처럼 토해내던 어느 집 세간살이들처럼
흘린 귀를 줍고 다니는 새들 있다던데 가끔씩 풍문으로 들려오던 그들의 안부가 궁금해
외줄 타는 새들이 계절을 지나고 있어
- 시집 『 카멜레온의 시 』 수록
▲이한명 1993년 동인시집 『통화중』, 경향신문, 국방일보등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 <문학광장> 등단 강원일보 DMZ문학상, 경북일보 문학대전, 영남일보 독도문예대전 등 공모전 시부문 수상 보령해변시인학교 전국문학공모전 대상, 노계문학전국백일장대회 대상, 강원경제신문 코벤트문학상 대상, 시인투데이 수필부문 작품상, 문학광장 문학대상 2015 대한민국 보국훈장 수훈 현재 격월간 문예지 <문학광장> 편집위원으로 활동중이며 시집으로 『 카멜레온의 시』, 『그 집 앞』이 있다.
<저작권자 ⓒ 시인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많이 본 기사
오늘, 시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