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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줄 타는 새들 / 이한명

유세영 기자 | 기사입력 2025/01/02 [17:35]

외줄 타는 새들 / 이한명

유세영 기자 | 입력 : 2025/01/02 [17:35]

외줄 타는 새들 / 이한명 

 

 

저 기적처럼 파닥이는 손가락 사이의 날갯짓 좀 봐

새들은 외줄 타기를 좋아한다 

 

언젠간 썩어 동강 날줄 알면서도 지푸라기를 꼬아 외줄을 만들고

가끔은 집을 걸어두기도 하지만 

 

하늘 연못에 내려와

큰 두레박에 세월을 길어 올릴 때면

노쇠한 늙은 나무들

가지 끝 새들에게 내어주고 땅으로 눕는 계절이 올지도 몰라 

 

제 몸 새끼줄로 칭칭 감아 수액을 꼽고

한 계절을 버텨보지만

텅 빈 몸속

지푸라기로 가득 채울 날이 곧 올 것이란 걸 알고 있지 

 

바지랑대 높이 올릴수록 바람만 잔뜩 품어 흐느적거리는 옷가지들이

비명처럼 토해내던 어느 집 세간살이들처럼 

 

흘린

귀를 줍고 다니는 새들 있다던데

가끔씩 풍문으로 들려오던 그들의 안부가 궁금해 

 

외줄 타는 새들이 계절을 지나고 있어  

 

 

- 시집 ​『 카멜레온의 시 』 수록

 

 

 

 

 

 

▲이한명

1993년 동인시집 『통화중』, 경향신문, 국방일보등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 

<문학광장> 등단

강원일보 DMZ문학상, 경북일보 문학대전, 영남일보 독도문예대전 등 공모전 시부문 수상 

보령해변시인학교 전국문학공모전 대상, 노계문학전국백일장대회 대상, 강원경제신문 코벤트문학상 대상, 시인투데이 수필부문 작품상, 문학광장 문학대상 

2015 대한민국 보국훈장 수훈

현재 격월간 문예지 <문학광장> 편집위원으로 활동중이며

시집으로 『 카멜레온의 시』, 『그 집 앞』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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