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 김성미
가슴 쪽으로 총구를 겨누고 낙엽으로 융단 폭격을 가하며 마구잡이로 진격해 옵니다. 올해도 항복입니다.
김성미 시인 1971년 경북 성주 출생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재학 중 인제중학교 진로 교사 2020년 제3회 경남 고성국제한글디카시공모전 우수상 2021년 제4회 경남 고성국제한글디카시공모전 우수상
[양향숙 시인의 시선] ‘가을’이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서걱거리는 느낌이 든다. 해마다 돌아오는 계절이지만 설레임을 동반한 쓸쓸함도 있고 차분해지기도 하며 복잡 미묘한 감정에 사로잡히곤 한다. 원초적 외로움 같은 건 잎 진 뒤의 나목 때문일까. 김성미 시인의 ‘가을은’그 야릇한 마음에 총구를 겨누고 있다. 융단 폭격을 가하며 마구잡이로 진격해 온다고 한다. 올해도 항복이라는 말은 시인도 해마다 가을의 총구에 사정없이 저격당하며 살아왔다는 뜻이다. 김 시인뿐이랴. 너도 나도 공감하는 건 대체로 비슷한 가을앓이를 하며 살아간다는 뜻이다. 사실 가을은 얼마나 풍성한 계절인가. 들판은 황금물결로 일렁이고 과일은 당도를 높이며 충일하게 익어간다. 하늘은 맑고 푸르러 시릴 지경이고 흰 구름은 한없이 여유롭다. 그런데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쓸쓸하게 하고 고독하게 하여 잠 못 이루게 하는 걸까. 마음이 한없이 침잠하고 깊은 늪 같은 고독을 느끼게 하는 것일까. 어쩌면 현상 이후를 내다보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모든 것은 차면 기운다. 풍성함 뒤의 쇠락을 무의식이 간파하여 초조해지고 불안해지는지 모를 일이다. 올해도 여지없이 저 총구는 가슴 한복판을 겨냥하고 있고 예외 없이 항복할 것이며 낙엽처럼 쓰러져 마음이 저문 거리를 헤맬 것이다. (양향숙 시인, 서정문학 등단, 서울디카시인협회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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