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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이크 / 정홍근

양윤미 기자 | 기사입력 2021/10/19 [20:03]

모자이크 / 정홍근

양윤미 기자 | 입력 : 2021/10/19 [20:03]

미술 시간

아이들과 모자이크를 꾸미다

문득 떠오른 생각 하나

 

낡아빠진 달력의 낡아빠진 태양

역시 낡아빠진 비치파라솔

아래 정열의 불 댕기는 비키니 수영복

모래사장, 캔 맥주, 선글라스, 갈매기

닥치는 대로

가로세로 주저 없이 찢어내어

엉뚱하게도 호젓한 가을 산길

가슴 설레는 산국화 꿋꿋한

꽃대궁 만들어 붙이다

문득 번갯불처럼 스쳐 간 생각 하나

 

싸구려 잡지의 현란한 여배우

허영 가득한 상품 광고

속에 마네킹의 말라빠진 미소

정력식품, 립스틱, 간통 사건, 골프장

걸리는 대로

요리조리 생선회 치듯 찢어내어

엉뚱하게도 가슴 맑아지는 가을바람

한들거리는 산국화 향내 나는

꽃맹아리 만들어 붙이다

문득 현기증처럼 부딪쳐온 생각 하나

 

, 가슴 떨려라

썩어 가는 쓰레기 매립장

잡동사니 파리떼 속에

고개 수그린 채

향그런 꽃송이 하나 마악 피워내는

들풀의 소리 없는 흔들림이여

끊이지 않는 생명의 황홀한 탄생이여

 
 

정홍근 시인

 

시인작곡가서울디카시인협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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