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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사진문학 신춘문예 최우수상 당선작

유세영 기자 | 기사입력 2023/04/29 [07:11]

제1회 사진문학 신춘문예 최우수상 당선작

유세영 기자 | 입력 : 2023/04/29 [07:11]

  제1회 사진문학 신춘문예 최우수상 당선작

 

  이중주  / 김지원 

 

  결혼기념일에 남편과 함께 짧은 여행을 갔다. 북적이는 곳에는 젊은 연인들이 많았다. 함께 웃는 얼굴, 서로 사진을 찍어 주는 모습이 풋풋했다.   

      

  낮은 토성 위에 올라온 그들의 가슴은 붉었다.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고 구두에는 흙이 묻었다. 사랑의 밭을 가꾸려면 땀과 흙이 묻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나는 가정을 만들기 위해 어릴 때 하던 소꿉놀이를 했다. 가정을 지키기 위해 성문도 지켜야 했다. 안시성에 쳐들어오는 적군을 온 힘 다해 지켜내는 성주였다. 성안에는 사람이 살고 있기에 지킬 만한 가치가 있었다. 인내하며 싸우는 내 이마에도 땀방울이 맺혔다.   

 

 검붉은 회색의 빛이 저녁을 물들일 때까지 그들은 그곳에 서 있었다. 가까이 서로를 보고 있었다. 두 남녀는 멀리서 지켜보는 나를 인식하지 못했다. 우주에서도 누군가가 나를 이렇게 보고 있을 것 같았다.   

 

  두 남녀 옆 소나무는 초연히 짙푸르게 서 있었다. 뿌리는 깊숙이 땅속을 파고들고, 가지는 하늘을 향해 더 높이 뻗고 있었다. 사람처럼 보였다. 사랑의 증인으로서 소나무는 자신처럼 곧게 살며 힘들 때는 고개를 들어 별을 보라고 말하고 있었다.  

 

  두 남녀의 이중주가 빨갛게 언덕 위로 울려 퍼졌다. 만종의 소리로 들렸다. 내일을 담보하고 있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들을 축복하고 싶었다. 우리 부부의 가슴에도 노을보다 더 붉은 빛이 들어왔다. 그보다 더 새빨간 생명수도 몸 안에 가득하다. 손을 잡고 걸으니 캄캄한 들판인데도 길이 보였다. 사랑하며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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