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묘사[描寫] / 이한명
그 방이 헐리던 날 아직 출발도 못한 기차표를 꺼내 들고 서성거리던 아주 오래 전의 그를 만났다
하루의 기억으로 끄적이다만 젊은 날의 일기처럼 그 집 모퉁이에 꼬깃꼬깃 접혀있던 골방
먼지 앉은 낡은 풍금이 바람에 곡조를 얹으면 바래고 희미해진 달빛자락 숨어 엿보던
풍금소리는 늦여름 뻐꾸기 울음 따라 떠나갔지만 배고픈 새끼들 이불 뒤척이는 저 달 속 동네는 밤낮없이 밝기만 하다
철컥철컥 기차 지나는 소리 이른 새벽 닳은 신발 밑창에 매달린다
▲이한명 ‘1993년 동인시집 『통화중』, 경향신문, 국방일보등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 ’<문학광장> 신인상 수상 시부문 등단 ‘강원일보 DMZ문학상, 경북일보 객주문학대전, 영남일보 독도문예대전 등 공모전 수상, 보령해변시인학교 전국문학공모전 대상 수상 ’2015 대한민국 보국훈장 수훈 ’현재 격월간 문예지 <문학광장> 편집위원으로 활동중이며 ‘시집으로 『 카멜레온의 시』 , 『그 집 앞』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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