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수레 / 김다영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했는지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말들을 그대로 흘려보내지 않고 줍고 또 줍고 줍고... 기억해야겠다. 흘러가버린 말들이 돌부리가 되어 누군가가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줍고 줍고 또 주워야지. 그렇게 말수레를 끌고 또 끌고 다녀야겠다. 허리가 굽어져도 좋겠다. 무해한 사람이 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허리가 굽는 것도 좋겠다. 그래도 내 세상은 앞으로도 하늘 볼 날 있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새까만 하늘 보더라도 허리 펼 날 있었으면. 무해한 사람이 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언어는 그러니까 글자는 모나다. 글자는 가다가 멈추고. 모서리를 만들고. 어떤 글자는 원의 모양이다. 날 방심시키고는 동그란 공이 날아온다. 퍽. 그리고 마침표를 '콕' 찍는다. 글자로 얻어맞고 마침표가 어깨를 퍽 친다. 그렇게 마무리 지어지는 기분. 가끔은 그런 기분. 다른 날은 나뭇가지로 콕 찔리는 기분. 모서리진 글자들을 둥글게 둥글게 만드는 법을 배워간다. 우리는 눈으로 말하는 방법을 잘 모르니까 그래야 한다. 왜냐면, 우리는 말이 너무 많으니까.
♣ 김다영 숙지고등학교 졸업 남서울대 간호학과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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