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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배우 / 홍채희

유세영 기자 | 기사입력 2022/09/01 [03:12]

어느 배우 / 홍채희

유세영 기자 | 입력 : 2022/09/01 [03:12]

  어느 배우 / 홍채희

 

 

그의 열 손가락 끝에선 파도가 피어났다.

그의 두 눈 안에선 폭죽이 일렁였다.

그가 조명을 가리키자, 곧 그것은 해가 되어 떠오른다.

걸터 앉은 플라스틱 기둥 위, 그의 발 밑은 온통 잔딧빛이다.

 

걸음을 뗀다.

또르륵. 또르륵.

청아한 구두굽 소리가 귓바퀴를 타고 키득거린다.

온 무대를 잠식시키는 그의

호흡, 팔다리, 고갯짓, 알 수 없는 춤선.

그는 더 이상 배우가 아니었다.

바람이 인사를 건네는 색색깔의 천,

만 가지 빛으로 너울거리는 반사광 속에,

그는 더 이상 배우가 아니었다.

 

별이 참, 아름답구나.

흩어내린 목소리가 가슴께에 꽂힌다.

그가, 피아니스트가, 뒤를 돌아본다.

그곳엔 내가 앉아있다.

피아니스트는 웃는다.

그리고 한바탕 노래를 한다.

그는 더 이상 배우가 아니었다.

나 또한 관객이 아니었다.

그것은 이미, 인물의 성현이었다.

 

경쾌한 발가락 끝으로 그리는 그림은,

마치 하나의 동화.

모두가 숨을 삼켰다.

모두가 심장을 떨어댔다.

모두가 그만을 바라보았다.

절정을 향해 치닫는,

이상하리만치 고요한 박자.

하나, , .

하나, , .

하나,

.

 

태양빛 색소폰 소리가 무대를 찢고 뿜어져나온 순간.

나는 튕겨져 나온다.

그리고 암전된 세상 속에 앉았다.

 

극의 종막.

커튼이 내려온다.

 

극의 종막.

나는 다시 관객이 되었다.

 

 

 

 

 

♣ 홍채희 

대전외국어고등학교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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