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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 김정민 [감상: 정홍근 시인]

유세영 기자 | 기사입력 2022/12/30 [11:50]

농사 / 김정민 [감상: 정홍근 시인]

유세영 기자 | 입력 : 2022/12/30 [11:50]

 

농사 / 김정민

 

손바닥 해지도록

갯벌밭 매만지면

꼭 그만치 내준다

가슴 해지는 자식도

그러면 안 되나

 

 

 

 

김정민 시인

 

시조시인

<강원시조시인협회> 회원

<한국사진문학협회> 회원

2022 1회 전국지역사랑 사진시공모전 최우수상

2022 1회 디카단시조 문학상 월장원

2021 1회 한국사진문학상 우수상

2021 13회 이조년선생 추모 전국백일장 대상

 

 

 

 

[감상]

2022년이 저물고 있다. 이맘때면 누구나 한 해를 돌아보기 마련이다. 계획했던 일 만족하게 다 이룬 사람이 얼마나 될까만, 그래도 한해 농사의 수고에 대해 서로 치하하며 덕담 한마디씩 주고받는 모습이 훈훈하다.

 

농작물은 농부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하듯이, 공들이고 땀 흘린 만큼 내어주는 자연의 섭리는 갯벌밭에서도 변함이 없다. 김정민 시인은 이를 손바닥 해지도록/갯벌밭 매만지면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꼭 그만치 내어준다며 자연 앞에 겸허히 엎드려 그날의 양식을 캐는 사진을 오버랩했다.

 

그러면서 이야기의 장을 자식 농사로 확장하여 가슴 해지는 자식도/그러면 안 되나라고 묻는다. 실제로 농사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자식이나 인재를 가르쳐서 키우는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는 풀이도 있다. 논농사나 밭농사 못지않게 온갖 정성을 다해 사람을 키워야 한다는 뜻이리라.

 

나도 마찬가지고 부모라면 누구나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다. 농사의 달인들도 자식 농사는 마음대로 안 된다며 한탄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그만큼 부모들이 자식들을 위해 끝없이 희생하고 내어준다는 증거이다. 또 한편으로는 자신이 이루지 못한 한을 자식이 대신 풀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일부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원래가 인간은 만족을 잘 못 하는 존재라 욕심을 버리기가 쉽지 않고, 특히 자식의 일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겉으로는 아닌 척하지만, 속마음은 자식 잘되기를 바라며 남과 비교하기도 하고 은근히 자랑도 한다. 그 와중에 자식들은 부모의 기대에 못 미칠까 전전긍긍하며 압박감을 느끼기도 한다.

 

작품의 마지막 행 그러면 안 되나를 보면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묻어나지만, 욕심을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깨달음도 포함되어 있다. 자식은 부모가 낳긴 했으나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므로, 그들은 그들 나름의 세상을 일구어야 한다. 나의 세상과 색깔이나 향기가 다르다고 자꾸만 개입하고 간섭하기보다는, 한 걸음 물러서서 지켜보며 마음으로 응원하는 부모가 되도록 나부터 노력해야 하겠다.

 

다가오는 새해, 김정민 시인의 더욱 멋진 작품들 기대하며 좋은 작품에 감사드린다.

 

정홍근 시인(한국사진문학협회 부회장, 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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