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살아지더라 / 민순기 가슴에 박힌 대 못
거꾸로 뒤집어 보니 아무 일도 아니더라
박힌 채 살아가기보다 뽑아내는 일이 더 아프더라
♣ 민순기 국보문학
[감상]
우리는 살아가며 상처를 입기도 하고 때론 자신도 모르게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어떤 상처는 평생에 지울 수 없는 커다란 흉터로 남기도 하고 어떤 상처는 흔적 없이 지워지기도 한다. 민순기 시인의 이 작품은 제목부터 묵직하게 다가왔다. 가슴에 박힌 대못을 거꾸로 뒤집어 보니 아무 일도 아니라 하고 박힌 채 살아가기보다 뽑아내는 일이 더 아프다고 한다. 체험을 통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말이기도 하고 아무나 할 수 없는 말이라서 더 묵직하게 마음을 울리는 것 같다.
나무에든 시멘트에든 못을 박아 오랜 시간이 지나면 원래의 재질과 하나가 되어간다. 들어갈 때의 아픔은 사라지고 빼낼 때 오히려 큰 고통이 될 것이다. 사람의 고통도 그런 것일까? 그래서 박힌 채 살다보면 육화되어 고통 없이도 받아 안을 수 있게 되고 그래서 이 또한 살아지는 것일까. 나 역시 굴곡 없이 살았던 삶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슴에 대못을 박고 살지는 않는다. 아니 빼냈다고 하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이다. 시인의 깊이를 내 잣대가 짧아 헤아릴 수가 없다. 그저 가늠할 수밖에 없어 더 이상 대못이 박히지 않기를 마음으로 바라고 응원하는 수밖에…. (양향숙 시인, 한국사진문학협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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