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추억 / 박문희
낯빛 하나 붉히지 않고 새빨간 거짓말처럼 피는데
닿을 듯한 시간 손 내밀어 보는데
이제 오나, 밥 먹어라, 엄마의 말 사무쳐.
박문희 시인 시집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 외 공저 다수 우리시 정회원 한국시인협회 정회원 서울디카시인협회 운영위원
[양향숙 시인의 시선] 안채와 헛간채, 대문의 구조까지 친정집과 참 많이도 닮았다. 시골집들이 고만고만한 키에 고만고만한 담장, 경운기가 드나들 수 있는 큼직한 대문 등 비슷한 구조라서 그럴 것이다.
나의 친정집은 예전에 대가족이 살았던 집이라 터가 제법 넓다. 사랑채 허문 자리가 텃밭이 되었고, 마당과 텃밭 사이엔 설악초와 송엽국, 국화 등 철따라 꽃이 피었고, 철 맞춰 가면 돌담엔 손바닥선인장의 노란꽃이 조화처럼 피어 있었다. 집 뒤꼍에는 넓은 밭이 딸려 있어 거기엔 여러 그루의 감나무와 채소들이 늘 풍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엄마가 계시는 동안에는.
박문희 시인의 ‘장미의 추억’을 보면 대문 한 짝이 쓰러져 있고 입구에 풀이 무성한 것을 보면 사람이 살고 있지 않는 빈 집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담장 위엔 넝쿨 장미가 줄기를 뻗어가며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것이 마치 빈집을 지키려는 것처럼 보인다.
언제라도 가면 따순 밥 해 놓고 엄마가 마당가에서 기다릴 것만 같은 곳, 우리의 태를 묻고 뼈가 자란 곳이 점점 노쇠해 간다. 쓰러진 대문처럼, 무성한 잡초가 어린시절의 추억을 거짓말처럼 덮고 있다. (양향숙 시인, 서정문학 등단, 서울디카시인협회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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