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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영혼에 반하고 싶다 / 황다비

유세영 기자 | 기사입력 2024/01/23 [06:10]

누군가의 영혼에 반하고 싶다 / 황다비

유세영 기자 | 입력 : 2024/01/23 [06:10]

누군가의 영혼에 반하고 싶다  

 

황다비

 

 

나는, 누군가의 영혼에 반하고 싶다. 이 세상에 태어나기 훨씬 이전부터 사랑하기로 약속했던, 그 영혼을 만나고 싶다. 나는 오늘도 하염없이 그를 기다린다. 가진 것이 없는 너라도, 너 하나만 있으면 충만했던 첫사랑을 다시 할 수 있을까. 첫사랑과 결혼한 사람은 좋겠다. 늘 첫사랑일 테니. 간혹 첫사랑과 결혼해서 잘 살고 있는 여자들을 본다. 그녀들은 마흔이 넘어서도 여전히 남편을 오빠라고 부른다. 사랑으로 충만해 보인다. 한 사람의 사랑을 오랜 시간 받아온 자들 특유의 반짝임, 안정감. 지나 보니 알겠다. 우리는 누구나 젊었고, 아름다웠으며, 순수했고, 사랑받았고 또 사랑했었다.

이성을 무조건 많이 만나보라고 연애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 있는데 난 반대올시다. 많이 만나는 것은 결코 중요하지 않다. 단 한 명을 만나더라도 제대로 사랑해보라고 조언해준 사람이 왜 없던 걸까? 이성을 많이 만난다는 건 그만큼 고달파진다는 뜻이다. 누군가 내게 연애 조언을 구하면 난 이렇게 말하리라. 되도록 젊을 때 사랑하고, 젊을 때 만난 사람과 결혼하라. 많은 이성을 탐하기보다는, 한 사람과 제대로 깊게 사랑해보라. 물론 이 모든 게 뜻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한때는 평범하게 사는 것이 무척이나 구질구질 해 보였다. 내가 생각하는 평범함의 기준은 예쁘게(?) 연애하다가 결혼해서 애들 놓고 살아가고, 아파트 대출금을 갚기 위해 맞벌이를 하고, 주말마다 아이들 손을 잡고 나들이를 가고, 가끔 시댁이나 남편 욕을 하지만 남편 잘 먹이기 위해 건강식을 요리하는 그런 삶이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이러한 삶이야 말로 흔치 않다는 것을. 평범해 보인다 해도 그 속내는 또 다르다는 것을. 아이들의 숙제를 닦달하고, 남편 먹일 찌개를 끓이며, 피곤한 남편을 위해 좋다는 영양제를 알아보며, 십 원이라도 더 싼 마트를 찾아 헤매며, 시댁을 오지게 욕하면서도 용돈을 챙겨드리며, 아이들 간식을 사기 위해 아메리카노를 포기하며, 친구 모임보다는 가족들과의 나들이를 더 즐기며, 아가씨 때가 그립지만 내 새끼 낳은 건 후회 없다며.

때로는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그렇게 살고 있는 당신들을 볼 때면 부럽다. 마치 어느 전생의 일이었던 양 미치도록 그립다. 나도 때로는 자식 때문에 울어보고 싶고, 때로는 남편 때문에 웃어보고 싶다. 마치 그렇게 살 수 없다는 내 미래를 보고 온 듯 오늘은 미치도록 그러한 삶이 부럽다. 마흔 세 살 비혼 여자의 삶은 그저 외딴섬 같다. 고고하고 신비롭지만, 쓸모없다. 누구에게도 절대적인 존재가 될 수 없으리.

서로 사랑하기로 전생에 약속했던 그 영혼은, 지구가 아닌 시리우스 별에 태어난 것 같다. 아무래도 다음 생을 기약해야겠다

 

 

 

 

 

황다비

-강남대학교 국어국문학 학사

-순천향대학교 교육대학원 특수교육 전공 석사

-호서대학교 교육대학원 상담교육 전공 석사 재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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