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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러짐과 다가감 / 이덕대

유세영 기자 | 기사입력 2024/03/08 [11:44]

어우러짐과 다가감 / 이덕대

유세영 기자 | 입력 : 2024/03/08 [11:44]

어우러짐과 다가감

 

이덕대

 

 

 한 시대를 풍미한 트롯가수의 은퇴 시사로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한다. 어느 순간 트롯이 한국의 대중음악을 가분재기 점령했다. 공영 민영 할 것 없이 방송이란 방송은 트롯의 광풍이다. 해외 유명한 공연 무대에도 심심찮게 트롯 콘서트가 열린다. 

 왜일까. 단순한 음악의 한 장르를 넘어 흥 많고 한 많은 한국인의 삶을 가장 잘 표현하는 음악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릴 때 아이들은 동요만을 불러야 한다고 가르쳤다.

 대중가요는 정서 발달 상 좋지 않다며 금지 시켰다. 학교에서만 부동자세로 부르는 동요는 딱딱하고 재미가 없었다. 어른들이 부르는 유행가를 알게 모르게 따라 불렀다.

 마을에 몇 대 없던 유성기 소리에 맞추어 청춘 남녀들이 트롯을 흥얼거렸고 라디오가 대중화되면서 트롯이 본격적으로 국민의 음악으로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트로트는 서민의 애환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며 힘들었던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후 현대화와 산업화 시기를 견디게 해준 음악이다. 한때 트로트는 밤무대나 나이 많은 이들이 듣고 부르는 값싼 노래로 취급되었다.

 일본 엔카에 뿌리를 둔 왜색 가요며 패배 음악이라 배척하기조차 했다. 세상에 원래 어디 것, 누구 것이란 없다. 지구촌 시대다. 우리가 발전시키면 곧 우리 것이다.

 마찬가지, 고품격인 삶이라야 의미가 있고 속세 떠난 도인처럼 산다고 남이 부러워할 생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수입 고급주가 넘쳐나지만 한국적 술맛을 아는 사람은 전통적 풍미의 막걸리를 지금도 진정한 술이라며 즐긴다. 대중적이라 해서 고급이니 저급이니 하면서 함부로 가잘비다할 일이 아니다. 음악의 소용이란 삶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표현하는 도구이자 방법의 하나다. 음악은 영혼을 흔드는 바람이며 감성을 깨우는 물결이다.

 고급과 저급이 따로 있을 수 없고 고상함과 수수함 구분 또한 무의미하다. 한적하고 멋진 풍광이 펼쳐진 곳에서 막걸리 한 잔에 취해 부르기 편하고 단춤까지 저절로 추어지는 노래는 전통 국악이나 흥겨운 트로트이지 않을까.

 

 예술이란 모름지기 일반 대중과 함께 해야 존재감과 생명력을 갖는다. 혼자 개결하고 고상하다고 해보아야 유리 벽 안에 갇힌 죽은 조형물이나 마찬가지다. 지금 트롯이 세상을 바꾸고 있는 것처럼 사람도 어우러짐 속에서 익어가야 한다.

 품격 있는 티를 낸다고 가즈러워 하는 것은 참으로 볼썽사나운 아둔패기나 하는 일이다. 나이가 들수록 심각하고 무거운 사람보다는 유쾌하면서도 가벼운 듯 진중한 사람이 좋다. 누구든 자신을 내세우기보다 남아래 서있기를 즐겨 하는 사람 곁에 다가가고 싶어 한다. 트로트의 진화는 사람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삶의 좌표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알려주는 듯하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통한 체중조절도 좋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속에 있는 과욕과 자만의 덩어리를 내려놓고 함께 어울리는 것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트롯처럼 남들과 어우러지고 멀어지는 이웃들에게 가직하게 다가가는 삶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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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대

공군사관학교 졸업 및 공군대령 예편

경남일보 칼럼니스트(2018~현재)

김포문학상 수필부문 신인상(2017)

한국수필 신인상(2021)

한국수필 올해의 좋은 수필 10

  [감나무 가지에 걸린 달빛으로 자라기선정(2023)

한국수필가 협회 및 김포문협 회원

에세이집 [감나무 가지에 걸린 달빛으로 자라기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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