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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폐선의 꿈 / 이한명

유세영 기자 | 기사입력 2024/02/02 [22:19]

낡은 폐선의 꿈 / 이한명

유세영 기자 | 입력 : 2024/02/02 [22:19]

낡은 폐선의 꿈 / 이한명

 

 

부질없는 욕심이었지 

너를 붙잡아 둘 수 있다고 생각한 건 

만나고 헤어짐은 숙명 같아서 

품어 왔던 추억 모두 데려간대도 

어차피 남겨질 그리움이야 

수수꽃다리 자주 폈었지 

그 울타리 너머 손 흔들던 네 모습 

닮아서 

돌아누우면 또 

네 속에 잠길뿐인데, 보내고 아파하는 파도는

어쩌란 말인가

헛된 꿈에 부풀려 

닳고 닳아 버린 내 자존을 어찌해야 하는가

바다를 걸어 

뭍에 올라온 꿈은 가끔 현관 안에다 파도를 풀어놓기도 했다

갈 곳 잃어 방황하는 

주인의 마음을 보여주듯 이리저리 헝클어진 

신발 무덤들

꿈에 휩쓸리고 삶에 차인 흔적들

가족들 꿈을 인도하듯 매일 아침 가지런히 신발끝을 

정리하는 

가장은 항해사도 선원도 아니다

꿈자리가 어지럽던 날도 안개를 헤치듯 

길을 열어 주었었던 낡은 신발 같은, 존재

그리움 가득 머문 갯벌 너머

망부석처럼 주저앉은 삶의 폐선 같은, 

가장의 꿈

 

 

 

 

 

본문이미지

▲이한명

' 문학광장 시부문 등단

' 시집『카멜레온의 시』2021. 『그 집 앞』 2024.

' 제9회 보령 해변시인학교 전국문학공모전 대상

' 격월간 <문학광장>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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