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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 이종근
투표하러 갈 거예요 누굴 옳게 찍어야 할지, 누굴 바르게 골라야 할지 곧은 잣대를 정의로 가늠하는 날, 점복(卜)이가 점복(卜)이를 미리 판별하지요
솔직히 머리와 눈은 가만가만히 있을 거예요 발이 가서 손이 치를 절차이지요 값진 숫자와 멋진 이름 옆에 점복(卜)이가 아주 뜨겁게 찜 쪄 먹듯 꾹, 누르듯 사랑의 작대기를 가리키지요
투표하는 날, 점복(卜)이가 줄줄이 신분증을 들고선 뭇사람들을 어김없이 맞아들여요
크고 작은 신발 자국과 다정히 오가는 인사말 속, 인쇄기에서 갓 쏟아내는 투표용지 하나, 하나마다 먼발치만큼 내놓인 투표함으로 출가시키기 전에
점복(卜)이가 아주 비밀로 해드리듯 단 한 번, 점복(卜)이라고 입 맞춰 드릴 거예요
기다랗게 놓인 줄에 빼곡히 들어선 집 가운데, 점복(卜)이가 직접 점복(卜)이를 고를 점괘는 사람인(人)이 둥글게 찍힌 평화로운 투표이지요 점복(卜)이가 두루두루 넘치듯 행복한 개표로 읽어주지요
개표하는 날, 내게도 참한 애인이 생길 거예요
▲이종근 시인 한국문인협회 시창작과정 수료 및 중앙대학교 행정대학원 행정학석사.『미네르바』신인상.《서귀포문학작품상》,《박종철문학상》,《부마민주문학상》등 수상. <천안문화재단>, <충남문화관광재단>등 창작지원금 수혜. 시집『광대, 청바지를 입다』(2022),『도레미파솔라시도』(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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