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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따구리 / 정홍근

유세영 기자 | 기사입력 2022/07/14 [23:45]

딱따구리 / 정홍근

유세영 기자 | 입력 : 2022/07/14 [23:45]

딱따구리 / 정홍근

 

 

하루에 만 번씩이나

나무껍질을 쪼아댄단다

수직의 나무줄기에 위태롭게 매달려

세상에 할 일이 그것뿐인 양

두개골과 뇌가 분리될까 걱정될 정도로

그렇게 열심인 까닭이

고작 벌레 몇 마리 때문이란다

 

그럴 리가 없다

아마 더 큰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정성 다해 멋진 공명음을 만들어

암컷들의 마음을 얻는다든지

부리와 발톱을 날카롭고 탄탄하게 다듬어

새들의 제왕이 된다든지 하는

나름의 목표가 있을 것이다

 

나도 하루에 만 번씩

나의 껍질을 쪼아대 볼 것이다

스스로 부리를 깨고 발톱을 뽑아

새 삶을 준비하는 늙은 독수리처럼

굳은살 박인 영혼까지 다 쪼아내면

새로운 나를 맞이할 수 있을까

 

이른 아침부터 딱따구리는 나무를 쪼고

머릿속이 뒤집히는 것을 느끼며

따다다다다닥, 나도 나를 쫀다

 

 

 

 

♣ 정홍근

시인, 작곡가, 한국사진문학협회 운영위원(기획국장)

계간 한국사진문학 시, 사진문학 신인상

1회 한국사진문학대상 최우수

2회 계간 한국사진문학 우수작품상 최우수

4회 시인투데이 작품상 우수

5회 시인투데이 작품상 우수

한국사진문학협회 온라인 디카시 백일장 최우수

2회 한국사진문학상 장려

5회 경남고성 국제디카시 공모전 장려

5SNS백일장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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