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가로수의 꿈 외 1편 / 문창진

유세영 기자 | 기사입력 2024/03/15 [17:18]

가로수의 꿈 외 1편 / 문창진

유세영 기자 | 입력 : 2024/03/15 [17:18]

가로수의 꿈

 

 

취객이 내게 매달린다

무엇을 구원받고 싶은 걸까

늦은 밤 내 볼을 비비고 울면

예루살렘 십자가도 아닌 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발등에 진액을 토해내고

내 아랫도리를 적시면

위로를 해야 하나

젊잖게 꾸짖어야 하나

번뇌의 깊은 뿌리 그대로인데

 

이것이 세상살이라고

사는 거 다 그렇고 그런 거니

그냥 그렇게 젖어 살라고 하면

내 생이 너무 외로워질 것 같다

 

어지럼증을 겪더라도 난

아이들의 놀이기둥이 되고 싶다

깔깔깔 웃음소리에 뜨거워지고 싶다 

봄이 오고 꽃도 피면 그런 날 올 테지

얼어붙은 시간에 머리를 박고 기도한 이유  

그런 내가 이제 심호흡하고 있는 이유

 

 

 

 

 

내 친구 철학자

 

 

그는 철학자가 맞다

여러 권의 저서도 있고 

대학에서 삼십년 이상 강의도 했다

 

그는 하모니카를 분다

가요를 연주하지는 않고

동요만 연주한다

 

아이들을 사랑해서이기도 하겠지만

가장 맑고 순수한 영혼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다

 

아이들은 고운 소리 한 번에 웃고

하루를 행복해하는 걸 그는 안다

아이들은 어른과 달리

끝없이 갈구하지 않는다는 걸 

그는 알고 있는 것이다

 

그는 입으로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대신 아이들 앞에서 하모니카를 분다

하모니카로 아이가 될 줄 아는 

그는 철학자가 맞다.

 

 

 

 

 

본문이미지

▲문창진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특임교수

한국사진문학협회 정회원

제2회 한용운 신인문학상

제15회, 제19회 시인투데이 작품상

제50회 한국사진문학 SNS백일장 당선

제7회 한국사진문학상

헤럴드경제 객원칼럼니스트(2012-2017)

시집 <당신은 봄입니다>(숨-시)

시선집 <디카시, 이래야 명품이다>(한국 IT)

디카시집 <세상만사> (한국 IT)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